-
한강 vol.8Impressive Thing/Book 2010. 11. 30. 23:22
4.19가 우리에게 가르쳐주고 있는 게 뭐야. 이 땅에서 그 어떠한 독재도 용납하지 말라. 독재는 싸워서 물리치지 않으면 타도되지 않는다. 독재를 타도하려면 희생을 두려워하지 말라. 이런 것 등등이 아니겠어? 민주주의 세상에 살기를 원하거든 피 흘리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라!
피 흘리지 않는 혁명은 없고, 민주주의는 피를 먹고 자라는 꽃이다!
자유가 아니면 죽음을 달라. 비겁자는 물러가라!그게 바로 독재자들이 써먹는 전형적인 수법이야. 팔십 넘은 나이에 이승만도 나 아니면 이 나라는 안 된다고 했거든. 그런데 그때와 지금의 상황이 다른 게 바로 경제문제야. 박 통이 경제개발을 추진했고, 그 덕에 이만큼 잘살게 됐다, 앞으로 계속 더 잘살게 되려면 박 통이 나라를 이끌어가야 한다. 아주 그럴듯한 감언이설이고, 판단력이 약하거나 가난한 일부 국민들은 속아넘어 가기 딱 좋은 괴변이야. 그러나, 오늘의 경제발전을 이룩한 것은 박 통이 아니라 하루 14시간이 넘는 중노동, 그러면서도 입에 겨우 풀칠이나 하는 저임금, 건강을 해치는 형편없는 작업환경 등 온갖 악조건 속에서 피땀을 흘리며 일해 온 국민들의 노력과 힘이라는 것을 이번 데모에서 동시에 일깨워야 해. 국민 여러분이 경제 발전의 주인공이다. 국민 여러분이 경제발전의 원동력이다.
탐욕을 버려라. 탐욕은 너 자신을 망치고 세상까지 망치는 가장 큰 화근이니라. - 석가모니
정치가라는 자들은 가장 하급 인간이다. 왜냐하면 그들은 끝없이 거짓말을 일삼고, 오로지 권력을 갖기 위하여 전혀 회의할 줄을 모르기 때문이다. - 오스카 와일드
자살이란 패자들이 택하는 가장 치졸한 도피야.
거 맨날 입에 발린 소리 좀 하지 마쇼. 체면, 자존심, 위신, 그따위 게 다 뭐 말라빠진 거요. 배꼽이 등에 찰싹 붙도록 굶어보쇼. 아새끼들이 배고파 눈 하얗게 까뒤집고 쓰러지는 꼴을 당해보란 말이오. 그럼 그따위 것들 다 쓰레기통에 처박고 아무나 찾아가게 될 테니까. 아직 고생이 모자라요.
인간관계라는 것, 우정이라는 것까지도 거래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다. 서로가 이익을 보며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을 때 그토록 돈독했던 우정은 거래가 필요없게 되자 일순간에 싸늘하게 식어버렸다. 세상 인심이 야박하다는 거야 상식일 수도 없는 사실이지만 친구라고 생각해 왔던 사람들의 그 야박함을 뒤늦게 겪으며 거듭 절망하고 좌절할 수밖에 없었다.
개도 야단을 치면서 밥을 먹이면 제대로 소화를 못 시키고 먹은 걸 그대로 배설할 정도니까요.
돈, 그거 참 웃기는 물건이야. 잡힐 듯 잡힐 듯하면서도 살살 빠져나가는 게 그 물건인데, 사람들은 왜 그따위 걸 만들어내 가지고 서로 많이 가질려고 사족을 못쓰고 그러니 글쎄. 너나 나나 다 웃기는 병신들 같애.
돈 앞에서는 형제간도 다 소용없어.
바다는 메워도 사람욕심은 못 메운다.
권력욕을 이길 수 있으면 그건 사람이 아니라 성인이지요. 권력욕이란 건 자식도 죽이고, 애비도 죽이는 거니까요.
우리나라가 일본의 식민지였던 것처럼 인도는 영국의 식민지였는데, 간디는 인도의 독립운동을 이끌어 영국으로부터 인도를 독립시켰기 때문에 '인도 독립의 아버지'로 추앙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간디가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것은 '비폭력 저항'이라는 독립투쟁 방법을 세계 최초로 실행했기 대문입니다. 비폭력 저항이란 무기를 든 영국군을 햐앟여 인도의 독립대원들이 아무것도 갖지 않은 맨몸으로 덤벼 항의하고 독립을 외쳐대는 것입니다. 무장을 했지만 수가 적은 영국군은 자기네보다 수십 배가 넘는 인도사람들을 해산시키려고 공포를 쏘아대고, 그에 맞서 인도사람들은 '영국군 물러가라!'를 더 크게 외쳐대고, 그러다 안 되니까 영국군은 개머리판이나 몽둥이로 인도사람들을 두들겨패기 시작합니다. 그때 인도 독립대원들은 맨주먹으로 맞서 싸우는 육박전을 하는 게 아닙니다. 때리는 대로 맞고 피 흘리며 쓰러집니다. 그럼 그 사람들을 끌어내고 다음 사람들이 앞으로 나섭니다. 그러는동안 사람들은 여자 간호대가 치료를 합니다. 중상자들은 빼고 경상자들은 붕대를 감거나 붉은 약을 바른 몸으로 다시 줄을 서 영국군을 향해 덤벼듭니다. 부상자들이 다시 덤벼들고 또다시 덤벼들고...... 결국은 영국군들이 질려버리고 맙니다. 그러한 독립투쟁이 인도 곳곳에서 일어났고, 그 세계 최초의 육탄투쟁은 외국 기자들에 의해서 전세계에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그러자 각 나라 사람들은 그 희한한 육탄투쟁에 놀라는 한편으로, 세계 여론은 비무장인 사람들을 무자비하게 구타해 대는 영국군을 지탄하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영국은 인도에서 물러나지 않을 수 없었고, 인도는 우리보다 2년 뒤인 1947년에 독립을 이룩하게 되었습니다.
예, 총칼을 든 우리나라하고는 다른 방법이었죠. 그런데 그 비폭력 저항을 '간디의 무저항주의'라고 말하거나 글로 쓰는 사람들이 꽤나 많아요. 그건 아주 잘못된 겁니다. 무저항주의란 말뜻 그대로 하자면 '저항을 하지 않는 주의'인데, 인도 독립대원들은 자기들이 영국군에게 폭력을 행사하지 않았을 뿐이지 온몸을 내던져 저항했거든요. 그리고 무저항주의라는 말은 간디의 뜻과도 맞지 않는 겁니다.
그런데 간디가 두 번째로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일이 생겼어요. 인도가 독립이 되었으면 당연히 간디가 인도를 다스리게 되는 것 아닙니까? 그런데 간디는 권력을 잡지 않고 독립대원이었던 네루한테 수상을 맡게 하고 자기는 야인이 되었습니다. 그때 전세계 사람들은 또 한번 놀라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그 순간 간디는 성인이 되었습니다. 간디가 죽었을 때 아무 권력도 직위도 없는 야인이었는데 세계 각국의 대통령이나 수상들이 가장 많이 조문을 온 장례식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온 세상사람들은 성인이란 뜻의 인도말을 이름 앞에 붙여 '마하트마 간디'라고 부르게 되었던 겁니다.
원래 우리 한국사람들이 눈치 빠르고 손재주가 좋잖아요.
몸 조심혀라. 몸 성헌 것이 천하인 것잉께로.
아파보지 않은 자가 환자의 고통을 이해하지 못하듯이 건강할 때 건강의 소중함을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 것인가.
정신력이 약한 환자는 아무리 명의가 치료해도 효과가 안 난다.
돈, 돈이란 무엇인가...... 과연 이 세상에 진실이란 있는 것인가...... 재벌은 거대한 산이다. 아니, 산맥이다. 돈으로 덮이지 않을 사회악은 없고, 그들은 그 무기로 완전무장되어 있다. 그들은 자본주의가 잉태해 낸 공룡이고 악마들이다. 노동 착취를 일삼으면서 그따위 짓들을 하는 한 그들은 분명 사회의 악마들이다.
예수가 일찍이, 부자가 천당에 가기는 낙타가 바늘구멍을 꿰기보다 더 어렵다고 했는데, 어쩌면 돈의 분량은 곧 그만큼의 사회악의 축적인지도 모를 일이오.
천두만은 하얀 쌀밥을 보면서 눈물이 나려고 했다. 어렸을 때부터 쌀밥을 보면 늘 눈물이 나려고 했었다. 맘껏 먹어보는 것이 소원이었지만 명절 때나 겨우 얻어먹을 수 있었던 쌀밥.
서울생활 15년을 하면서 보니 이놈의 세상은 온통 속임수 판이었고, 걸리지 않고 잘 해먹는 놈이 장땡인 세상이었다.
정치하는 놈들은 권력이 있어서 해먹고, 돈 많은 놈들은 돈힘으로 더 큰돈을 해먹고, 말단 경찰들은 행상들의 등까지 쳐먹고, 크고 작은 장사들이 세무공무원들과 짜고 해먹고, 해먹지 않는 놈이 없는 세상에서 못 해먹는 놈만 병신이었고, 병신만 못해먹었다. 죄를 짓고도 돈만 있으면 풀려나는 세상이니 판검사, 변호사 다 면허증 딴 도둑놈들이라는 말이 괜히 퍼져 있는 것이 아니었다. 오죽하면 무식한 자신이 유전무죄요 무전유죄라는 유식한 문자까지 알게 되었을 것인가.일당으로 하면 게으름피우는 것 속 터져 못 보고, 도급제로 하면 죽을까 봐 겁난다는 말은 어느 노동판에서나 들을 수 있는 말이었다.
예로부터 은혜 입은 사람은 그 은혜를 쉬 잊고 은혜를 입힌 사람은 잊지 않아 인간사에 온갖 탈이 생긴다고 했니라. 은혜를 입힌 사람의 공은 저승까지 가는 법이니까 니도 다 잊고 새로 시작해라.
GNP 80불에서 시작한 경제개발이 15년이 된 지금 600불이 넘었어요. 이렇게 경제가 발전한 건 누구 때문인가요? 박 통 때문인가요? 기업주들 때문인가요? 그게 아니지요. 그건 그동안 모든 노동자들이 열악한 작업환경과 형편없이 적은 임금에 시달리면서도 뼛골 빠지게 일했기 때문이에요. 그런데 기업주들은 작업환경을 개선하고 정당한 보수를 줄 생각은 전혀 하지 않고 자기들 배만 더 불릴려고 혈안이 되어 있고, 정부는 또 아직 분배의 시기가 아니라 자본을 더 키워야 한다면서 기업들 편만 들고 있어요. 더 이상 이래서는 안 돼요. 노동자들이 제대로 대접받아야 하고, 그러려면 공장마다 노동조합을 만들어 본격적으로 싸워야 해요.
예, 박 통이 경제개발의 깃발을 들어올리고 전국민적 단결을 이루어 낸 공은 인정해야지요. 그리고 기업주들이 공장을 세운 것도 인정해야지요. 그러나 그것만 가지고는 경제가 발전할 수 없다는 사실을 분명히 알아야 합니다. 나라의 주인이 국민이듯 경제도 노동자들과 국민들이 열심히 일해서 발전시킨 겁니다. 특히 기업주들이 세운 공장이란 그 돈이 대부분 외국에서 빌려온 돈입니다. 그 돈은 결국 국민들이 일해서 갚는 것이지 그들이 갚는 것이 아닙니다. 그런데도 정부와 기업들은 서로 결탁해서 기업주들은 갈수록 배가 부르고, 정부는 갈수록 독재를 강화시키면서 노동자와 국민을 무시하고 있습니다. 이래서야 되겠습니까?신부의 예물은 신부 당사자의 문제만이 아니라 사돈댁에 대한 예의고, 이쪽이 지켜야 할 자존심이니까.
감은 홍시가 돼야 떨어지고, 밥은 뜸이 들어야 먹는 법이다.
대학은 꼭 실력만으로 자리잡을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독일에서 실력 제일주의를 믿으며 공부에 혼신을 다했던 것은 대학의 실태를 몰랐던 순진함이었다. 실력은 필요조건일 뿐이었다. 거기에 학연, 지연, 혈연, 배경, 금력 같은 것들이 복잡하게 얽히고설켜 충분조건을 이루어내고 있었다.
산동네의 가난한 삶은 자신의 열등감의 뿌리인 동시에 노력의 원천이기도 했다.
유일민은 곰탕집으로 걸어가며, 술이나마 없었다면 이 세상을 어찌 살았으랴, 하고 생각했다. 술은 세상사의 괴로움이나 고통에 대하여 아무런 해결책이 되지 못했다. 그러나 일시적인 망각제나 도피처 역할은 해주었다. 특히 악몽을 피할 수 있는 수면제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그리고 술을 마시면서 감정을 토해내는 것도 괴로움과 고통이 덜어지는 것 같은 착각의 효과를 나타내기도 했다. 또한 사람의 마음이라는 것이 묘해서 서로 이해할 수 있는 사람끼리 술잔을 나누며 속 깊은 하소연을 하고 나면, 실제로 해결된 것은 아무것도 없는데도 마음은 다소 편해지고 또 하루를 살 수 있는 위안을 얻기도 했다.
'Impressive Thing > Book'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강 vol.10 (0) 2010.11.30 한강 vol.9 (0) 2010.11.30 한강 vol.7 (0) 2010.11.26 파라다이스 vol. 1 (2010.11.22 - 23) (0) 2010.11.26 한강 vol.6 (0) 2010.1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