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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강 vol.10
    Impressive Thing/Book 2010. 11. 30. 23:25

    가난하고 힘이 약한 것들일수록 눈치 빠르고 약아빠진 법이거든. - 강기수

     

    돈이란 괴물 앞에서 모든 건 변하고 망가지게 돼 있어. 자본주의란 게 원래 그렇고, 우린 더구나 잘살기 위해 누구나 혈안이 되어 있으니까. - 유일민

     

    삶이란 수많은 사건들의 연결이고, 그때마다 어떤 형식이 필요한 것이다. 그 형식은 그저 겉치레가 아니고 마음을 새롭게 다지는 계기가 된다. 그 형식은 곧 충실한 내용을 이끌어내고, 인생이란 형식과 내용을 일치시키며 가꾸어가는 자기자신들의 나무다. - 유일민

     

    여자하고 사기 그릇은 내돌리면 금이 간다는 옛말

     

    그렇더라도, 이런 돈은 받는 게 예의라고 하지 않습니까. 이건 돈이 아니라 마음이잖아요. - 이상재

     

    내가 가장 괴로웠을 때는 노동자들에게 좀 심하게 하지 말라는 일표의 부탁을 들어줄 수 없을 때였어. 여긴 내 회사가 아니라 난 고용인일 뿐이잖아. 그리고 너한테 기업인의 입장만 강변했던 것은 과도기적인 우리 현실도 그렇지만, 더 많이는 나 스스로의 의식을 그렇게 만들고 무장시키려는 일종의 자기 최면이었는지도 몰라. 그렇지 않고선 이 현실에서 버텨나갈 수가 없으니까. 기업마다 노동 착취가 자행되고 있고, 제대로 사람 대접 못 받고 있는 노동자들이 억울한 것을 누가 모르냐. 허지만 그런 말 다 하고 살 수 있는 세상도 아니고, 괴롭다. - 허진

     

    대학생들이 무의식 중에 갖는 공통점은 스스로 지식인이라는 우월의식이었다. 그런데 그 우월감은 자기보다 나은 지식인들을 향해서는 곧 열등감으로 바뀌게 마련이었다. 지식에 대한 과시욕과 선망이 교차시키는 예민한 감정 변화였다.

     

    우리가 얼마나 오랜만에 만난 건데 조금이라도 우리 얘기 방해받을 순 없잖아. 여자가 끼여들면 얘기가 자연히 그 여자 수준으로 떨어지고, 아까운 시간 괜히 죽 쑤게 되고 하는 게 술자리 꼴들이잖아. 자아, 한잔 쭈욱 하자구.

     

    인간은 어떤 존재인가...... 이성적이면서 본능적이고, 본능적이면서 감성적이고, 감성적이면서 영성적이고, 영성적이면서 이성적이지 않던가. 그 요소들이 혼재해 있는 인간에게 이성적이기만을 강요하는 것, 그것은 또다른 폭력일 수 있었다. 더구나 형제도 아니고 부모를 대상으로.

     

    회사가 사우디에서 돈을 버는 것은 일정한 시한이 있지만, 국내에서는 회사를 대를 물려가며 경영해 나가야 해. 그런데 회사에 원한 사는 사람을 하나라도 많이 만들어선 안 돼. 잘 알지? 어떤 사업이든 소비자한테 불신당하고, 세상 인심 잃어선 해먹을 수 없다는 것. - 원병균

     

    신경 쓰지 마. 다 잊어버려. 어차피 인생은 한판 살다 가는 거야. 그리고 인생은 언제나 현실이고, 적자생존이니까. 내 능력껏 내 인생을 빛나게 살다 가야지 왜 아버지 때문에 억울하고 분하고 서럽게 살아야 하는가. 아버지의 인생은 아버지의 인생이고, 내 인생은 내 인생이다. 아버지는 아버지의 인생을 선택했고, 나는 나의 인생을 선택했다. 아버지가 선택한 사회주의 때문에 내가 불행해지고 비참해져야 할 아무런 이유도 까닭도 없다. 그래서 난 자본주의를 선택한 거다. 인생은 연습도 재공연도 할 수 없는 단 1회뿐인 연극이다. 그러므로 나는 내 인생을 내가 바라는 대로 복되고 성공적으로 살 수 있는 자유와 권한이 있다. 너, 회의하지 마라. 주저하지도 마라. 어차피 인생은 대결이고, 대결은 힘있는 자가 이기게 되어 있고, 이기는 자만이 옳다. 아버지를 잊어라. 아니, 아버지를 거부하라. 오로지 현실이 있을 뿐이다.

     

    성직에 너무 기대를 걸듯 기자들한테도 너무 후한 점수를 주신 거지요. 성직자들도 모순투성이의 인간일 뿐이듯기자들도 그저 그런 인간들일 뿐이거든요.

     

    인간의 사회는 끊임없이 악화가 양화를 구축해 왔어요.

     

    말로 지은 원한은 백 년을 가고, 글로 지은 원한은 만 년을 간다.

     

    사람이 사람으로서 바르게 산다는 것은 어느 시대에나 옳은 가치고, 옳은 길이지요. 어디 두고 봅시다. 무위하게 사는 것도 죄니까.

     

    만상의 존재는 무상하며, 산다는 것은 부질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탐욕을 버리고 바른 마음을 가지라.

     

    당신은 참 이상해요. 신중한 건 좋지만, 왜 그렇게 군인다운 박력이 없어요. 안 되면 그만이고, 되면 땡잡는 거다 생각하고 일단 시작해 봐야 되잖아요. 미리부터 안 될 거다 하고 손놓고 있다가 덜컥 정권을 잡아버리면 그때 가서 얼마나 땅을 치고 후회하게 되겠어요. 안 그래요?

     

    좋아, 자본을 댄 기업주의 권한을 충분히 인정해. 또 기업주들이 바치는 노력도 다 인정해. 그렇지만 기업주들은 자기네가 투자한 자본의 몇 배의 이익을 얻어야 만족하는 거지? 백 배? 천 배? 만 배? 그게 아니잖아. 무한정, 영원히 이익을 보려고 욕심부리고 있어. 그게 말이나 돼? 노동자들은 최저생계비도 못 되는 임금을 받으며 혹사당하고 있는데 기업주들만 무한대의 치부를 하고 있는 게 말이 되느냔 말이야. 자본주의니까 어쩔 수 없다고? 그건 자본주의가 아니야. 봉건적 착취주의지. 올바른 자본주의란 분배를 통해서 자본과 노동이 수평적 균형을 이루어야 하는 거야. 자본 없는 노동은 있을 수 없다고? 그 말 옳아. 그러나, 노동 없는 자본이 있을 수 있어? 자본과 노동이란 기업이라는 기차가 달리게 하는 두 줄의 레일이야. 그 비중이 균형을 이루지 못하는 기업은 결국 망해. 기업이 망하지 않게 하려면 기업인들은 노동자들에게 정당한 분배를 해야 하고, 기업의 주인이 자기 혼자라는 잘못된 생각도 뜯어고쳐야 돼. 자기가 투자한 자본보다 수천 배, 수만 배를 빼먹고도 기업 자산은 또 수천만 배로 커졌는데 어찌 그게 다 자기 거야. 그 절반은 노동으로 그 자산을 키워낸 노동자들의 것이지. 그 몫을 찾기 위해서 노동자들이 노조를 결성하는 것은 당연한 거야. 이젠 일방적 착취의 시대는 지났어. 또, 노조가 존재해야만 자본과 노동의 균형이 이루어지고, 그 토대 위에서 천민자본주의가 아닌 올바른 자본주의가 건강을 유지할 수 있게 되는 거야. 빨리 의식을 고쳐. - 원병균이 박준서에게

     

    어서 눈감아요. 의학상으로 볼 때 눈만 감고 있어도 반수면 상태가 유지된대요. 그럼 그만큼 피로 회복의 효과가 있어요.

     

    자네, 2~3일 동안 아무도 안 만나는 게 좋을 것 같네. 괜히 술자리 잘못했다간 술 취해 말이 헛나갈 수도 있으니까. 중대한 일 앞두고는 말 조심, 몸 조심이 젤이야. 주변사람들이 일부러 자네 발목을 걸려고 술을 살 수도 있으니까.

     

    근데 그 하와이라는 것 말이지요, 내가 알기로는 이래요. 해방이 되고 나서 남쪽의 제일 큰 정적 두 사람은 이승만과 김구였어요. 이승만은 미군정의 도움을 받으며 남한만의 단독정부 수립을 추진하고 있었고, 김구는 민족을 분단시켜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고 그것을 반대하며 서로 팽팽하게 맞섰어요. 그런데 김구는 미군정의 지지를 못 받는 입장이니까 그 대신 대중들의 지지를 얻기 위해서 전국 순회강연을 나섰어요. 김구는 가는 지방마다 환영을 받았는데 특히 전라도 지방에서는 그 환영이 아주 열렬했어요. 그게 어느 정도였느냐 하면, 강연은 큰 도시에서만 하게 되어 있었는데, 작은 군에서 사람들이 몰려나와 겹겹이 기찻길을 가로막는 바람에 김구는 예정에 없던 강연을 하고서야 기차가 움직일 지경이었어요. 그런 동태가 이승만에게 빠짐없이 보고된 것은 말할 것도 없지요. 그런 보고를 다 받은 이승만이 기분이 나빠져 한마디 내뱉은 것이 '하와이놈들 같으니라구!'였어요. 그게 무슨 말인고 하니, 일제시대에 이승만은 독립운동을 한다고 미국 본토에 있다가 나중에 우리 동포들이 많은 하와이로 옮겼어요. 그런데 거기에는 이미 박용만이라는 사람이 사탕수수 농장에서 일하는 우리 동포들을 모아 독립투쟁을 할 군인들을 양성하고 있었어요. 이승만은 독립군보다는 외교 능력으로 독립을 얻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 하와이에 가자마자 박용만과 대립하기 시작했어요. 두 사람을 따라 동포들이 갈라지기 시작했는데, 결국에는 이승만 쪽에 몇 사람이 남지 않게 되어 이승만은 궁지에 몰리고 말았어요. 이승만은 박용만 쪽으로 쏠린 동포들에게 감정이 많았는데, 김구를 대대적으로 환영하는 전라도사람들이 옛날 하와이의 동포들처럼 보인 겁니다. 그 다음부터 전라도사람들을 하와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작가의 말>

     

    모든 운동선수들은 남의 기록을 깨기 전에 자기자신의 기록을 갱신해야 하는 숙명 속에서 결국은 아름다운 좌절을 할 수밖에 없다.

     

    반도민족의 뿌리깊은 사대주의 때문일까? 우리는 이스라엘 민족인 유대인들이 학살당한 것에서는 인류적 공분을 느끼면서도 정작 우리가 일본 지배 아래서 참살당한 사실에서는 민족의 문제만으로 국한시킬 뿐이지 인류적 공분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인류 보편성을 발견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시기도 같고, 죽은 수도 비슷한데도 말이다.
    6.25라는 전쟁의 의미를 매몰시킨 것도 마찬가지다. 월남전은 15년이 넘는 기간 동안에 180만이 죽었다. 그런데 6.25는 단 3년 동안에 300만이 넘게 죽었다. 그럼에도 월남전은 신제국주의의 악을 세계에 고발하는 데 성공했는데, 6.25는 세계 어느 한구석에서 일어났었던 사소한 전쟁으로 묻히고 말았다. 냉전을 빙자한 반인류적 열전이 6.25였고, 냉전시대의 가장 비인간적 학살전이 6.25였다. 6.25에서 인류 보편성을 찾아내지 못한다면 통일의 길은 또한 멀다.

     

    임종국-친일문학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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