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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여행자의 아내 IIImpressive Thing/Book 2009. 11. 29. 15:21
아파트는 우리가 서로에 대한 실험과 연구를 진행하는 실험실이다.
내 소중한 사람, 내 심장의 핵심이여
언제나 내 곁에 머물면서 내가 사랑을 쏟아 부을 수 있는 누군가를 원했다.
나는 그 아이 안에 헨리가 깃들어 있기를 바랐고,
그래서 남편이 내 곁에서 사라져 없더라도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고 싶었다.
우린 늘 척하면서 살아가잖아오.
우린 늘 척하면서 살아가지 않아.
정상적인 사람들처럼 정상적인 삶을 살아가는 척하고 있잖아.
그럼 무슨 일이 벌어지든 나는 그냥 입 다물고 일이 터지길 기다려야겠네요?
일이 터지길 기다리자.
천사여! 우리가 미처 알지 못하는 곳이 있다면, 그래서 그곳에선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카펫 위에서 연인들이
이 세상에선 절대로 배울 수 없는 것들을,
다시 말해 높이 날아오르는 마음과
하늘 높이 치솟는 기쁨을 대담하게 표현하며,
끝 간데를 알 수 없는 곳에 놓여 있는 기다란 사다리에서
서로에게 기댄 채 몸을 떨며,
사방에 둘러서서 구경하는 수많은 소리 없는 죽음 앞에서
그 모든 것들을 배울 수 있다면,
그렇다면 마지막 순간을 위하여 영원히 소중하게 간직되어
우리에겐 알려지지 않은 채 영원히 감추어져 있던
영원히 빛나는 행복의 동전들을
흡족한 마음으로 기다려 온 카펫 위에서
마침내 진심으로 웃고 있는 연인들에게
던져 줄 수 있으려는지?
-카펫 위의 연인들에 관한 시-
끝이 좋으면 다 좋아
All's well that ends well.
나를 여기 붙들어 두는 것은 오로지 내 추억뿐이다.
시간이여, 나를 사라지게 해 다오.
'그리하여 바로 우리의 존재로 인해 서로 떨어져 있는 우리가 만날 수 있도록'
그의 가슴에서 샘솟은 그리움의 아픔이 이제는 눈에 이르러
마침내 그가 눈물을 흘리고,
포세이돈의 입김과 폭풍과 파도에 배가 침몰하여
거친 바다를 떠돌던 선원이 햇빛에 달구어진 육지를 그리워하듯
간절히 그리워했던 정숙하고 성실한 그의 사랑하는 아내는
마침내 그의 품에 안겼도다.
소금물에 절어 굳은 몸으로 집채만 한 파도를 견뎌 내고
또 다른 심연이 기다리고 있음을 알면서도 기어서라도
해변에 오를 수 있는 사내는 거의 없는 법이니,
남편을 바라보는 여인의 눈매는 하염없이 기쁨에 젖고
새하얀 두 팔은 영원히 떨어지지 않을 드 남편을 감싸 안는구나.
- 호메로스, <오디세이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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